[허준혁한방] 학교종이 땡땡땡
요즘은 모르겠지만 기성세대들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배우고 많이 부른 노래는 '학교종'이 아닐까? 한국인들이 애국가 다음으로 많이 부르는 애창곡으로 꼽혔다는 노래...
모임 같은 데서 한사코 노래를 안 부르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아는 노래 없으면 애국가나 학교종이 땡땡땡이라도 불러라"라고 할 정도로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가히 국민동요라 할만하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사이좋게 오늘도 공부 잘하자 " 그런가 하면 음계로 부르는 최초의 노래이기도 했다. "솔솔라라 솔솔 미 솔솔 미미레/솔솔라라 솔솔 미 솔미레미도"
광복을 맞은 1945년 이화 여전 음악과 교수이던 고 김메리여사가 초등학교 1학년 용 음악교과서를 만드는 작업에 참여했다가 만들었다고 하니 광복 80주년과 맥을 같이 한다.
이제 학교종은 산골이나 섬마을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시계도 흔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던지라 정해진 때에 울리는 학교종소리는 시간을 알려주는 역할도 했다. 단순한 학교종소리지만 학교별이나 내용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전체조회시간이나 수업시간 시작과 종료 등에 따라 종 치는 숫자나 박자가 조금씩 달랐다.
놀다가 조회나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를 듣지 못하고 늦는 바람에 혼나는 아이들도 많았었다. 수업 중 갑자기 소변이 마려울 때나 배고픈 4교시가 끝날 무렵의 종료 종소리는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지금은 비록 사라졌지만 어린 시절 시작해야 할 때와 마쳐야 할 때를 알려주던 정겨운 그 학교종소리...
그땐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부모님이나 선생님들도 참 젊은 나이 셨을 텐데...
정월대보름이다. 그때 그 시절 정월대보름 아침이면 엄마들은 애들을 깨워 호두나 잣, 밤과 땅콩 등 견과류를 먹이며 부럼을 깨게 했다. 부럼을 깨무는 소리에 귀신이 도망가 피부병이나 전염병을 막고, 영양이 풍부한 견과류를 먹어 잔병치레를 막기 위함이기도 했다.
명절이나 절기 때마다 뭔가를 먹여주시던 지금 나보다 훨씬 젊으셨을 그때 그 시절 부모님들이 생각나는 정월대보름이다.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놀기를 기다리던 학교종소리를 되새기면서, 지금은 안 계시거나 거동이 예전 같지 않으신 부모님들께 대한 고마움과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보는 것은 어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