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업적 뒤 세종대왕의 고통 [허준혁한방]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꼽히는 세종대왕... 찬란한 세종의 업적 뒤에는 세상에 알려진 이상으로 심각한 시각장애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선천적인 장애는 아니고 재위 중 실명하게 된 중도실명이었다.
안질로 시력이 크게 약해져 일상생활이 힘듦은 물론 왕위 자리까지 내놓으려 했을 정도였다. 세종실록 92권(세종 23년)에 "내가 눈병을 얻은 지 이제 10년이나 되었으므로"라는 문구가 있는 바 세종 13년(1431년)인 35살에 시각장애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재위기간 32년 가운데 20여 년 동안 시각에 장애를 느꼈고 임종하기 전 8년 동안은 거의 앞을 보지 못하였다. 그 시기에 눈이 보이지 않아 정사를 돌볼 수 없기에 세자에게 전위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세종 23년(1440년)에는 눈이 보이지 않아 정사를 돌볼 수 없어 전위하겠다고 발표하지만 신하들이 울면서 만류했다고 세종실록에 전하고 있다. 그 후에도 몇 차례 보위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는데 이유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세종은 시각장애인 복지정책에 남다를 애정을 갖고 있었다.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종 18년(1435년)에는 시각장애인에게 종 3품 벼슬을 주었고, 가난한 시각장애인을 위해 쌀과 황두를 지원하는 등 처우개선에도 힘썼다. 궁중 내연에서 연주를 맡았던 관현 맹인이 가장 대접을 받았던 때도 세종시절이었다.
세종대왕은 시각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한글을 창제했다. 미국은 소아마비 대통령 루스벨트를 세계적인 위인으로 내세우는 데 성공했다. 우리는 그보다 500년이나 앞선 시각장애 임금인 세종대왕이 있었지만 세계적인 위인으로 알리지 못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세종대왕이 세계 유일의 시각장애 임금이었다는 사실은 그 위대함과 감동을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