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한 후 선언서를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평양공동취재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0년 '정면돌파' 노선을 천명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가 독자적인 남북관계 구축이라는 '남한판 새로운길'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의 진전과 발맞춰왔으나, 북·미대화가 교착에 빠지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과감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통해 북미관계와는 별도로 자율적인 남북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대표는 8일 UN피스코가 주최한 '북한의 새로운길 분석과 대책 신년포럼'에서 "정부는 대북제재 하에서도 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결단을 해야한다"면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용기를 갖고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관광 자유화도 제안했다. 김 대표는 "우리 국민이 북한을 제3국과 같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게 북한 관광 자유화 선언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강하구 개발 사업 및 강릉-제진 철도연결, 접경지역(파주 등) 남북경제공동특구조성 사업, 철도도로 연결 및 정기운행을 추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8일 UN피스코가 주최한 '북한의 새로운길 분석과 대책 신년포럼'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남북관계가 상상력의 빈곤에 처해있다"면서 정부에 '상상력'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인이 북한을 여행하려면 신변안전보장 각서를 받아야 하는데, 중국인은 그런 각서도 없이 북한을 여행할 수 있다"면서 "중국여행사를 통해 "한국사람도 얼마든지 개별 관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북한에 남한에 갖는 불만 중 하나는, 남한에겐 '새로운 길'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대북전략을 답습하고 한미공조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한 정부의 '의지'도 질타했다.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남북협력을 위해 정부가 유엔 제재면제도 받았지만, 물품을 북측에 전달하지도 못한 것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방역물자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트럭이 필요한데, 트럭이 북측으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물품을 전달하지 못했다"면서 "트럭이 북한으로 가지 못한다면 사람이 짐을 짊어지고서라도 북한으로 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철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남북대화 창구 복원과 체육교류협력을 제안했다.
그는 "2018년 북·미협상이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남북회담이 돌파구를 열었던 것처럼, 정부는 대북특사 파견 등 각종 대화채널을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2020년 도쿄올림픽도 남북대화를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했다. 그는 "남북체육교류 등을 추진하는 것도 대화 복원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한미일이라는 공조틀 외에도 남·북·중, 남·북·러라는 우회로도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 연구위원은 "도쿄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한반도정세의 안정화가 필요한 점에 대해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한·미·일뿐만 아니라 중국·러시아와 협력하는 한반도평화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 궤도에서 북한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한·중·러의 공동 중재자 역할도 필요하다"며 "남·북·중, 남·북·러 협력 등 소다자회의 형식의 확대와 내실화를 통한 소집역량(convening power)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신년사에서 남북 간 협력공간을 적극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는 뜻을 피력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답방 추진, 비무장지대(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등을 제안했다. 독자적인 남북관계 구축과 이를 위현 협력공간을 적극적으로 찾아가겠다는 의지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8일 "(남측이) 독자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은 계속 추진하고 북측과 공동으로 해야 할 부분들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관련 사업계획들이 수립되는 대로 남북 연락채널 등을 통해 북측의 호응도 촉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