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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없는 파리올림픽과 기후위기 [허준혁한방]


에어컨은 1902년 미국 공학기술자 윌리스 캐리어가 발명했다. 흔히 볼 수 있는 에어컨 '캐리어' 로고도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25세 때 인쇄공장에서 일하면서 여름철 잉크 번짐을 막기 위해 온도와 습도 조절장치를 고안했다.


이 원리를 응용해 캐리어는 자신의 이름을 딴 에어컨 회사를 설립하고 1925년 맨해튼 극장에 설치해 대박을 냈다. 미국 영화산업 부흥도 에어컨 덕이다. 1930년대엔 비행기와 자동차에도 도입됐고 1950년 소형화되면서 가정에 보급돼 필수품이 되었다.


에어컨은 인류의 구원이라고도 하는데 더위로 인한 사망률을 엄청 낮췄기때문이다. 1920년대 미국의 더위로 인한 사망율은 약 3%였지만 1960년대부터는 0.5%로 낮아졌다.


에어컨이 없었다면 라스베이거스와 두바이가 가능했을까? 그러나 기후위기에 따라 과도한 에어컨 사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에어컨 사용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는 전력생산에 필요한 화석연료 소비 증대와 이산화탄소 증가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는 곧 지구가열과 기후위기와 직결된다.


2024 파리올림픽(7.26~8.11)은 사상 최고 수준의 '저탄소 친환경 올림픽'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도쿄올림픽에 사용됐던 '골판지 침대'가 다시 등장하고 선수촌에는 실내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설치한다. 


또 건물 배치와 크기 조절로 건물 간 공기 순환을 유도하는 자연통풍 방식과 함께 지하수를 끌어올려 건물 바닥에 순환시키는 자연 냉각방식으로 6도가량 낮게 유지할 계획이다.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해 건축 시설에 바이오 소재를 쓰고, 전기도 지열과 태양열 등을 활용한다. 


개회식도 사상 처음으로 스타디움이 아닌 야외에서 열린다. 1만500여명의 참가 선수들은 전통적인 경기장 입장 대신 센강 위에서 160여 척의 보트를 타고 수상 행진을 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의 절반 수준으로 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43도까지 올라갔던 파리의 폭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구 표면 온도가 관측이래 연속 월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4월 9일 유럽최고법원에서 평균연령 74세 여성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미비는 인권침해이고 정부의 책임이라는 역사적인 판결이 나온 바 있다.

 

기후변화가 기후위기를 거쳐 기후붕괴의 단계로 접어들었고 기후재난이 현실로 다가오고있다. 기후위기가 더이상 '우려'가 아니라 '잔혹한 현실'임을 일깨워주는 파리올림픽이 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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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4-26 09: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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