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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갸날과 한글날, 조선글날에 관한 소고 [허준혁한방]


1월 15일은 북한의 '조선글날'이다. 대한민국이 훈민정음 반포일을 기준으로 10월 9일을 기념하는데 비해, 북한은 창제일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한글날은 일제치하였던 1926년 음력 9월 29일(양력 11월 4일)에 훈민정음 반포 여덟회갑(480주년)을 기념하는 제1회 ‘가갸날’에서 비롯된다. 그러다 주시경선생이 1906년에 제안한 ‘한글’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1928년부터는 ‘한글날’로 명명했다.


훈민정음 기념일과 관련하여 남북이 다른 것이 안타까운 일만은 아니다. 창제한 날과 반포한 날 각기 커다란 의미가 있으며, 오히려 두 날을 모두 기억하고 기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상승효과가 있다.


통일되더라도 굳이 하나를 택할 것이 아니라 두 날을 모두 기린다면, 훈민정음의 가치는 배가될 것이다.


'한글날'과 '조선글날'로 명칭이 다른 것 역시 남북이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나뉘어있는 것을 감안하면 안타까운 일만은 아니다.


남북으로 갈라지기 전 우리민족은 기미독립선언문을 통해 "조선이 독립국이며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선언"하면서 다함께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대한과 조선은 서로 상반되거나 대립적 개념은 아니며 적대적 개념이 되어서는 더더욱 안된다. 고조선과 삼한시대부터 이어져오는 유구한 역사와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민족적 자산이자 개념이며 용어이다.


남한의 국어사전에 등록된 단어 중 절반 이상이 북한 사전에는 없는 말이라고 한다. 이렇듯 남북의 언어는 서로에게 낯선 말이 되어가고 있지만, 19개의 모음과 21개의 자음을 같이 사용한다.


더욱 다행인 것은 우리글 사용에 있어 남북 모두 세종대왕, 주시경으로 이어지는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남의 한글 전용과 북의 조선글 전용 에 각각 주춧돌을 놓은 최현배와 김두봉 모두 주시경의 수제자이며, 주시경이 세운 문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독일은 1-2차 세계대전, 분단 속에서도 동서독 학자들이 협업해 123년 만인 1961년에 독일어사전(Deutsches Wrterbuch)을 완간하였다.


남북도 2005년 2월 금강산에서 제1차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위원회 회의를 개최한 이후 활발하게 접촉해왔지만, 2015년 12월 중국 다롄에서의 제25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만나지 못하고 있다.


일제치하에서도 <가갸날>과 <말모이>를 만들었던 우리 민족이다. 계묘년 새해에는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사업 재개에 대한 북측의 전향적 자세를 간절히 염원한다.


또한 새해에는 민족공동역사와 민족문화의 대표성과 상징적 차원에서 훈민정음의 국보1호 지정사업과 광화문현판 한글화사업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결실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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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1-15 17: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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