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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칼럼] 한반도 운전자론은 다 어디로 갔나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입력 : 2020-09-01 18:52                           

 



미국의 대선이 끝나면 곧 연말로 접어든다. 워싱턴이 대북 정책을 점검하고 방향을 잡으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대화나 협상을 한다고 해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 내고 북한의 반응을 관찰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때쯤이면 문재인 정부의 임기는 가까스로 1년을 남긴 시점에 와 있지 않을까? 임기 말에는 으레 레임덕이니 뭐니 해서 큰일을 하기가 어렵다. 굵직한 사안은 모두 다음 정부로 넘기라고 할 테니까.

촛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 여태껏 속시원한 것을 별로 느껴보지 못했다면 너무 가혹한 표현일까. 이전 정부에서 있었던 천안함 사건이나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도 그 진실에 목말라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판문점 정상회담을 보며 울컥했던 심정을 안고 시작했던 남북관계. 대통령의 이야기로는 머지않아 기차를 타고 평양을 갈 수 있을 것 같은 벅찬 기대감으로 가슴 부풀었지만, 이제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몰골로 형해화(形骸化)되어 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그 와중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촉진자, 한반도 운전자론은 다 어디로 갔는가?

한국 사람이면 세계 어디라도 갈 수 있는 작금의 세상에서 북한만은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우리의 법·제도를 문재인 정부는 바꿀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북한이 우리 사람을 받아들이고 아니하고는 별개 문제다. 중국도 사전에 비자를 받아야 갈 수 있듯이. 이제는 어디라도 인터넷을 통해 다 들여다볼 수 있는 세상인데, 북한만은 왜 예외가 되어 있어야만 할까 하는 생각이 금방 바꿔질 것으로 생각했다. 북한이 그들의 사이트를 차단하고 안 하고는 그들 문제다. 상대를 알려면 들여다봐야 한다. 알고 소통해야 변화가 일어난다. 결기를 느꼈고 장담하듯 들었던, 북한과는 문서로까지 약속했던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 관광사업이 다시 열리게 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이유가 없었다. 코로나 감염병 때문에 열었어도 다시 닫았을 것이라는 시답지 못한 이야기하는 하지 말라. 맥락이 다른 이야기다.

그래, 열 번을 양보해서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치자. 유엔 회원국의 일원으로 당연히 대북 제재에 참여해야 한다는 데도 이의가 없다고 하자. 그렇다고 미국의 대북 압박에 반드시 우리까지 동참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하고 싶다. 다른 것 다 차치하고 핵 없는 북한을 무조건 먼저 만들어내야만 하는 것이 미국의 대북 목표라면, 그것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다. 핵 없는 북한이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창출하기 위한 것일 텐데, 평화를 창출하기 위해 다른 좋은 방법도 사용해 보자는 우리 요구에 동의하지 않는 미국이라면, 그런 미국을 따르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래서 적어도 문재인 정부는 미국 정부에 용기 있게 말할 것으로 생각했다.

남북교류협력법이 제정된 지 30년. 통일부가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들여다보면 촉진법 성격으로의 방향 전환이 아니다. 여전히 무엇을 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법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협력사업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명시(안 제2조제4호)하고는 있으나, 독자적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개정 법률안 제8조의2에는 지방자치단체가 남북교류협력 협의회를 둘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통일부 소속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협의회의 구성과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도 모두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한다. 지방자치에 ‘자치’는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남한 주민이 북한을 방문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통일부장관의 방문 승인을 받아야 하며, 통일부장관이 발급한 증명서를 소지해야 한다.”

바뀐 것 없이 여전히 허가 대상이다. “남한 주민은 누구든지 언제든지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 다만 통일부장관은 남한 주민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방문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을 위해 북한 주민과의 접촉 시 신고만 하면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는 안을 준비했다가 유보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인 동시에 '반국가단체'인 이중적 지위“ 때문이란다. 아니 그것이 어찌 어제오늘의 이야기란 말인가? 다른 국가는 다 되어도 북한에 가겠다는 것에 대해서만은 관리·통제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겠다는 것인가? 다음과 같은 변명을 들려준다. "접촉신고 완화 수리제도 폐지를 이뤄야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으나 아직까지 정부 부처 내에서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사실상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그러면서 ”아쉬움이 있고 빨리 남북관계가 발전되고 신고제도가 최초의 취지대로 개정되는 시기가 앞당겨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때가 언제인지? 과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 때냐고 묻고 싶다.

우리 사회는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끝없이 한다. 기회 있을 때마다 미국이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거론하는 것이 동맹의 본질인가. 이에 장단 맞추듯 "안보가 흔들리면 외국자본이 빠져나가 경제가 큰 타격을 받는다"는 논리는 무엇인가? 패자만이 갖는 의존형 심리가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미국만 바라보고, 미국에만 철저히 의존해야만 하는 것이 한·미동맹의 실체라면 주권국가의 국민으로서 살아가는 우리가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다.

정부는 대북 사업을 해온 사람이나 앞으로 하고 싶은 사람이나, 더 나아가 정부를 믿으면서 살아가는 우리의 속을 태우고 있다. 176명의 거대 여당을 만들었어도 소용이 없는 듯하다. 적어도 이 정부만은 대북 정책과 남북협력, 남북한 합의가 단단한 법률적 바탕을 갖추어 정권의 바뀜에 상관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다. 부화가 치미는데 친구 불러 술 한 잔 하기도 힘들다. 이 놈의 코로나 감염병 확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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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9-02 17: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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