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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바꿀 21세기 말 우리나라… 뜨거워진 한반도의 모습은?

  • 최유란 기자                    
  • 2020-08-04 13:19:53

       



세계 곳곳에서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추운 땅, 시베리아에 폭염이 이어졌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에서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다. 이러한 이상 기후가 나타난 이유는? 온실가스(지구 대기를 오염시켜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가스를 통틀어 이르는 말) 배출 증가 등의 영향으로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는 기후변화 탓이 크다.


이미 심상치 않을 정도로 빨라진 기후변화. 이 속도로 수십 년이 지나면 과연 한반도의 생태계는 얼마나 달라질까. 환경부와 기상청은 최근 이를 짐작해볼 수 있는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이하 보고서)을 냈다. 한반도를 대상으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발표된 1900여 편의 논문과 보고서를 분석해 기후변화에 따른 한반도 전망을 하나로 모은 것.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기후변화가 바꿀 한반도의 미래 모습을 살펴보자.


국내 한 사과 농장에서 사과를 따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반도에서 사과를 키울 수 없다고?

지구 온도가 1도만 올라도 한반도의 생태계는 전혀 달라져 모든 생물체가 막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기온 변화에 매우 민감한 식물 또한 마찬가지.


보고서는 현재 추세대로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한반도에서 자라는 대부분 식물의 생육(생물이 나서 길러짐) 시기는 앞당겨지는 반면 낙엽(나뭇잎이 떨어짐) 시기는 늦어져 총 생육 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대표적 봄꽃인 벚꽃의 경우 앞으로 70년 뒤인 2090년엔 개화(꽃이 핌) 시기가 현재보다 11.2일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대구, 포항 등에서 벚꽃이 3월 22일 개화한 점을 토대로 헤아려 보면 미래에는 이들 지역에선 3월 초부터 벚꽃이 필 수 있다는 것. 또한 소나무숲 지역은 2050년대엔 현재보다 약 8%, 2080년대엔 약 15%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작물(인류가 이용할 목적으로 재배하는 식물) 변화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반도 온도가 높아지며 작물의 재배에 알맞은 땅은 점차 북상(북쪽을 향해 올라감)할 것으로 보이며 21세기 말에 이르면 벼, 콩, 옥수수, 감자, 고추, 배추 등의 생산성이 감소하는 반면 양파의 생산성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한반도 내 배, 포도 등의 재배지는 줄어드는 반면 비교적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는 감귤의 경우 북쪽에 있는 강원도에서도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과의 경우 한반도 내 재배지가 사라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도롱뇽목에 속하는 불도롱뇽. 위키피디아 제공



멸종 위기 동물 서식지, 빠르게 사라진다

동물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변화를 피해 갈 순 없다. 보고서는 현재 멸종 위기에 있는 대부분의 종이 기후변화에 따라 서식지를 잃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기온 상승에 따라 곤충류의 다양성도 13∼36%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곤충의 한 종류인 강도래목의 경우 최대 62%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 반면 잠자리목은 현재보다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도롱뇽은 기온 상승으로 에너지 소모가 늘어나 개체군(한곳에서 같이 생활하는 한 종의 생물 개체 집단)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해충은 먹이가 늘어나면서 한반도 내 분포 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2100년 우리나라 주변 바다의 표층 수온은 현재보다 약 2도에서 6도까지 높아져 해양 생물의 다양성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폭염으로 도로 위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늘어나는 폭염 일수, 온열질환에 감염병까지

그렇다면 기후변화가 미래 한반도를 살아갈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사망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연간 10.1일인 폭염 일수는 21세기 말 35.5일로 크게 늘어난다. 이에 따라 열사병 등 온열질환(폭염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기후변화에 따라 폭염은 물론 태풍, 폭설 등의 기상재해도 늘어나 이로 인한 위험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로 생태계가 교란되며 곤충 및 설치류를 통한 감염병 발생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한반도 기온이 상승하면 열대지방에 사는 이집트숲모기의 서식 조건이 만들어지고 흰줄숲모기 또한 겨울철에 생존할 수 있어 국내에서도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등이 유입돼 전파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이밖에 기온 상승으로 2090년대 식중독 발생 건수는 2002∼2012년에 비해 42%나 높아질 것으로 나타났으며 설사 질환 환자 수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보고서에서 “한반도의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변화 속도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기후변화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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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8-14 14: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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